송민규 <작계:알레고리>

류지연(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디방 라운지에서 개최된 송민규의 <작계:알레고리> 전은 지난 몇 개월간 제작했던 드로잉을 위주로 출품되었다. 라운지 디방의 작은 전시실에 따라 'Study for Revenge','Operation Map', 'Operation Tool', '세 가지 선택', '89°-1993&Study for Revenge'로 구분된 섹션에서 작가는 이전까지 작업과는 사뭇 다른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2007년 무렵부터 일상의 경험, 그로 인한 감정의 변화, 사회에 대한 고민들을 회화와 글로 담아내고자 하였다. 따라서 작가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장소에 따라 회화, 드로잉, 글 작업을 적절하게 선별하여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최근 몇 달동안 대형작업이 여의치 않았던 병원 병실에서 제작한 비교적 작은 종이의 드로잉이다. 작가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작가는 이를 놓치지 않고 작업에 집중하였던 결과가 드로잉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개인적인 감정표현과 고뇌를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전시의 드로잉은 일기, 독백, 고백, 나아가 자기 성찰의 결과이다. 'Study for Revenge'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다. 송민규는 문학작품이나 영화작품에서 자주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곤 하였다. 이러한 작업방식은 이번 전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복수와 극복의 상대는 특정한 인물이거나 자신이기도 하다. 동시에 작가를 짓누르는 사회 전체, 혹은 사회가 만들어낸 시스템이기도 하다.

내면세계로 향한 탐구는 현재의 상태에만 머무르지 않고 작가 자신의 과거로의 여행도 포함하고 있다. 작가가 경험했던 모든 것-어린 시절, 취미, 군대, 미술수업 등-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그러한 것들은 작업의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작계라는 제목의 경우 군대시절 작전지도를 그렸던 경험에서 비롯되었는데 군대사회의 부조리와 전체주의를 떠오르는 감정을 드로잉으로 옮겼다. 그러나 작가는 그러한 복수와 저항의 표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작은 세포조직들이 가상의 공간 속에서 증식하듯이 축적되기도 하고, 해독되지 않은 기호나 문자의 파편들이 기이한 모습으로 조합되기도 한다.

그 결과 붓질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던 이전의 회화작업과는 달리 드로잉에서는 연필의 흔적, 물감의 방향, 색의 미묘한 변화 등 어느 것 하나 작가의 손길이 드러나지 않지 않는 것이 없다. 뚜렷한 목표없이 단편들을 끌어모으는 집적의 구조가 알레고리의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한다면 작가는 작은 드로잉의 집적을 통하여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데 성공한 듯 보여진다.